직장인 투잡-스마트스토어 1년 후기: 지나고 보니 잘했던 결정(상)
스마트 스토어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찾아보니 오픈 직후 첫 구매는 지인이, 첫 후기도 지인이 남겨주었고, 그날이 딱 2021년 12월 9일이다.
시작 월 매출은 몇십만 원 수준이었던 것 같고, 적자의 폭은 꾸준히 증가하다 스랍에 연재를 시작할 때쯤 월 매출 1-2백 순수익을 몇십만 원 수준으로 내고 있었다.
지금은 월 매출 400만 원 정도 나오는 스토어가 되었고, 어제는 일 매출 100만 원을 처음으로 달성했다.
오늘은 지난 1년간 스마트 스토어를 운영하면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결정들을 돌아보고, 그 이유에 대해서 적어보려 한다.
[지난 1년 잘했던 결정들]
1. 가장 잘한 것 - 상품에 집중한 것
흔히들 스토어에 할 때 "닥등"(닥치고 등록)을 많이 하는데, 그걸 안 하고 상품에 집중했던 것은 잘한 것 같다. 뭐든 나름의 장단점이 있겠으나 독점을 맛본 입장에서, 닥등은 먼 얘기처럼 느껴진다. 이것도 어느 정도 운이 따라줬던 거지만 닥등은 운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야 해서 지식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도 좋은 전략은 아닌 것 같다.
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시점에서 심사숙고해서 들여왔으나 절대 안 팔리는 잔잔 바리들이 팔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스토어에 대한 신뢰도 + 본인이 사려하는 상품과의 핏이 맞음(브랜드성) + 상품이 괜찮아서 일 것이다. 하나하나 공들여 골라온 제품들이었는데 안 팔려서 속상하던 때가 있었는데, 어째 요즘 들어 꽤 팔리는 것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
2. 최저가 경쟁 안한 것
수익성에 매우 큰 요인이 되었다. 효자 상품은 첫 판매가격의 2.5배까지 판매하고 있고, 판매량은 시간이 갈 수록 우상향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을 나는 두 가지 이유에서 찾는다.
2.1. 가격 외에 상위노출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빠르게 파악한 것
현재의 네이버 쇼핑을 있게 해준 가장 큰 서비스가 '최저가 검색'이어서 네이버쇼핑=최저가 라는 프레임이 깊이 남아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주아주 오래전 이야기이고, 네이버 쇼핑에서 중요한 것은 시장의 증명(판매량, 클릭 전환, 클릭 대비 구매 전환, 후기 전환, 상품 등록과 첫 구매 사이의 시간 등)에 달려있다.
물티슈 네이버 검색 결과만 봐도 그렇다.
네이버 랭킹 순 != 낮은 가격순이다.
네이버 랭킹 순이 디폴트이며, 그중 1등은 광고, 그리고 그다음이 네이버 플랫폼에의 최적화 (즉 상위 노출 로직)에 의해 결정된다.
최저가 순 결과를 보면 최저가조차도 '10,000원'이다.
예전에 한 번 이야기한 적 있는 "창의적인 상품 기획"이라는 포지셔닝 방식이 "최저가" 포지셔닝 방식을 이기는 현상. (궁금하다면 이 글 참고: coming soon)
여기서 '최저가'의 의미를 알 수 있다. 최저가의 정의는 필승전략이 아닌, 네이버 랭킹 1위로 가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내리는 것이 맞다.
2.2. 명품은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것
상품마다 다르겠지만, 일부 상품은 가격이 비싸야 잘 팔린다. 너무 싸면 뭔가 싸구려일 것 같고, 조잡할 것 같은 느낌. 나는 이 원리를 중고거래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중고라고 무조건 싸게 올리면 오히려 안 팔린다. 싼 데는 이유가 있으니까라는 생각이 너무나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누가 아이폰을 1만 원에 판다고 하면, 무언가 뒤가 구릴것 같은 느낌이 든다. 혹시 변기에 빠뜨렸던 폰은 아닐까 하는 그런 종류의 의심이 생긴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중고로 팔 때도 가격을 꽤 높게 책정하곤 하는데, 이 전략이 사업에서도 똑같이 먹혔다. 원가를 무시하고 'willingness to pay'를 조사해서 가격을 책정한다.
그냥 주변에 물어보면 된다. "이거 얼마짜리 같아?" 돌아오는 대답의 평균을 내면 얼추 working 한다.
어떤 상품은 처음에 무료배송에 10,500원에 팔다, 지금은 25,900원에 배송비까지 받는데, 후기에 "가격도 저렴하고"라는 말이 달린다. 소비는 '원가+이익'이 아닌 '가치'에 대한 지불일 뿐이다.
3. 물류센터 계약한 것
얼마 전 인스타 스토리가 띄워줘서 온갖 물건으로 가득했던 집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그게 4월이었다. 불과 8개월만 해도 발 디딜 틈 없이 온 집안이 창고와 같았다.
이제는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관리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포장을 하고, 배송까지 보내준다. 사실상 내가 한국을 떠나도 스토어 운영에는 문제가 없게 되었다. 불과 반년 남짓만에 내 생활이 완전히 달라진 것에 괜히 벅차올랐다.
물류센터에 지불하는 금액이 한 달에 약 70만 원 정도 된다. 보관비, 포장비, 입고 시 인건비, 박스비, 뽁뽁이 브이, 테이프비, 택배비 다 합쳐서다. 나가는 물건 개수를 생각하면 건당 5천 원 남짓 될 것이다.
나랑 잘 맞는 곳을 찾느라 좀 힘들긴 했지만, 그리고 내맘같지 않게 일하는 직원들 때문에 속상할때도 있지만 내가 노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이것보다 잘한 선택은 없다. 더군다나 이제 여행도 갈 수 있다.
재고 관리도 복잡한데, 박스 재고까지 관리해야하면 너무 힘들다. 또 주문이 한창 늘때, (물 들어올때) 노 저어야하는데, 물류에 발목잡히는 건 억울한 일일지도 모른다.
규모가 작더라도 꼭! 월매출 100정도 나오는 시점에는 물류 계약을 추천한다. 생각보다 인건비도 싸고, 수도권 외 지역의 땅값도 싸다. 더군다나 나보다 큰 업체는 택배비 단가도 더 좋다.
중요한 건 업체를 잘 찾는 것(가격비교 및 서비스 제공 영역 확인 등)과 재고 소진에 맞춰 입고 시켜주는 것(이 효율에 따라 창고 사이즈가 달라져서 비용 차이가 커진다. ) 이제는 거의 품절 없이 sku별로 재고를 확보해놓는 감을 얻게 되었다. 이것도 매우 마음에 드는 skill up이었다.
내용이 길어서 직장인 투잡-스마트스토어 1년 후기: 지나고 보니 잘했던 결정(하)로 이어가겠습니다.